제너럴 일렉트릭(GE)의 CEO 제프리 이멀트는 2015년 4월 초, 소비자금융, 신용대출, 상업용 부동산 거래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키워온 금융부문을 완전히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GE는 본래 혁신기업의 원류이자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만드는 자(Makers)'였으나,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는 미국 최대의 '대마불사형' 비은행 금융기업으로 변모해 있었다.
주요 배경 및 전개
잭 웰치의 유산:1980년대 당시 CEO였던 잭 웰치는 자사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GE의 사업부문을 수백 차례나 인수와 매각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GE는 기업어음의 세계 최대 발행자가 되었다.
금융부문의 변질:GE의 금융부문(GE Capital)은 1932년 고객의 편의를 위해 출범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GE 자체가 은행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대출과 자본을 교묘하게 처리한 업무가 크게 증가했으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11만 2천 명을 해고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급증의 뇌관이 되기도 했다.
정리 결정:위기 이후 GE는 워렌 버핏에게 30억 달러를 차입하고 금융부문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참고: 워런 버핏 (Warren Buffett)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며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사업가이자 투자가이다. 1930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났으며, 어렸을 때부터 돈을 벌고 모으는 데 관심이 많았다. 11살 때 주식투자를 시작했으며, 와튼 비즈니스 스쿨,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 등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2. 만들지 않는 기업들
최근 미국 기업들은 기업 차입에서부터 자사주 매입, 배당, 아웃소싱, 조세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기업 매출 중 금융부문의 비중을 늘리는 요소들의 규모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 반면, 일자리, 공장, 혁신에 대한 투자는 최저 수준에 가깝다.
산업별 금융화 현황
자동차 제조사:소비자 대출 부문이 크게 성장하여 본업보다 금융 수익 비중이 높아짐.
에너지 기업:투기성 원유 선물 거래를 통해 수익을 증대시키고 있음. 특히 원유 파생상품 시장에서 가장 덩치가 큰 비금융업계 참가자는 바로 석유회사 자신들이다. 원유상품 거래를 가장 크게 하고 있는 곳은 BP로, 1995~2007년 재임한 CEO 존 브라운은 수치 분석만을 중시하며 리스크를 감수했다. 이는 2005~2006년의 잇단 사고와 2010년 멕시코만 대형 시추선 폭발로 이어졌다.
항공사:항공권 판매 수익보다 유가 헤지(Hedge)를 통해 더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헤지 행위는 상품시장의 금융화에 일조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안기고 있다.
기술기업:코닥, 휴렛-팩커드(HP), RCA,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Intel) 등이 금융화에 몰두하면서 연구개발 투자가 정체되었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는 최고가 되는 시기에 허약한 시장참가자에게 리스크를 전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애플의 경우, 제품개발보다는 이자 소득, 조세 특례를 활용한 차입거래, 역외 조세 피난처에 쌓아 놓은 수십억 달러의 현금 보유고를 통해 돈이 돈을 버는 방식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
3. 돈 놓고 돈 먹기: 기업들이 금융화에 매진하는 이유
제조업이 본연의 경쟁력 강화보다 금융업에 진출하며 월가의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문화까지 흉내 내기 시작한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경제 중심의 이동과 수익성:미국 경제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했다. 그중에서도 수익을 좇기에 가장 용이한 부문이 금융업이다. 소수의 아주 영리한 사람과 최신 컴퓨터 몇 대만 있으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느슨한 규제 환경: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까지 세계 모든 나라가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제조업 수익력 약화와 리스크 회피:대개의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은 실물투자에 퇴짜를 놓고, 그 돈을 단기금융시장 뮤추얼펀드, 스트립 국채, 역외 미 달러 표시 계좌, 외환헤지 상품 등에 투자한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기술투자를 도외시하여 망한 기업도 다수 존재하며(예: 코닥), 기업카드 조작, 조세 포탈, 유해 폐기물 처리 문제, 무기 거래 시 속임수, 회계 조작, 내부자 거래 등 각종 스캔들이 증가했다.
4. 리스크에 시달리는 기업들
교묘한 회계 기법, 숫자 놀음, 주주가치 우선 정책에 몰두하는 것은 회사 구석구석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심어 놓는 행위와 같다.
회계 부정의 위험:엔론(Enron)과 월드컴(WorldCom)은 가공의 이익을 꾸며 과분한 평가를 받다가 파산했다.
비극적인 인명 피해:금융화 리스크는 단지 수익 저하나 구제 금융의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금융화는 저임금 국가로의 아웃소싱에 크게 기여했는데(금융의 핵심 목표는 임금과 공장시설 같은 부채항목을 대차대조표에서 감축하는 것), 이는 때로 참사로 이어진다. 사례: 2013년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의류 공단 붕괴 사고로 종업원 3,500명 중 1,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는 월마트 등에 값싼 의류를 제공하던 공장이었다.
보잉(Boeing)의 사례:1997년 맥도널 더글라스와 합병한 후 금융화가 진척되었다. 수많은 부품을 해외 아웃소싱으로 조달하는 체제로 바뀌며 리스크가 급증했다.
5. 고용문화의 붕괴
금융화는 한결같은 품질과 소비자 중심의 관점보다는 위험스러운 도박과 빠르고 쉬운 성과를 더 중시하게 만든다.
트레이더 중심 문화:금융업계에서는 트레이더가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으며, 회사 전체의 이익보다 개인 트레이더를 떠받드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승자독식형 보수 체계:CEO가 일반 직원의 300배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개인의 역량보다는 팀플레이가 중요한 대다수 기업 환경과 배치된다.
반대로 구글, 크랜베리 재배 협동조합 오션 스프레이, 건설 엔지니어링 회사 아럽 등은 팀 중심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 불안정 심화:GE의 잭 웰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선두 주자로, 사실상 모든 직원의 비정규직화를 초래했다.
6. 어떻게 경쟁력을 회복할 것인가
아웃소싱, 노동자를 대체하는 기술, 직원과 자산보다는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형태, 이사회와 경영진의 단기적 사고방식 등이 괜찮은 일자리 창출 능력을 크게 훼손시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다음과 같다.
금융화 제한 및 규제:도드-프랭크 법, SIFI(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 지정 등으로 GE 같은 기업의 과도한 금융화가 제한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기업이 은행처럼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경각심을 주었다.
제조업 본연의 가치 회복:주요 제조업들은 과거로 회귀해야 한다. 신흥시장이 소비 호황기를 구가한다는 점을 이용하고, 첨단 기술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제조업 역량과 혁신:하버드 경영대학원 윌리 시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제조업 역량은 혁신 역량의 토대다. 제조업을 포기하는 순간 막대한 부가가치를 잃어버린다"고 지적했다.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일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사물 인터넷 등의 발달로 고용과 투자에 다소 제약이 있지만, 금융화로 인한 폐해는 조금씩 극복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