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달러와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회수 위험
미국 7월 고용부진과 BOJ의 금리인상이 촉발시킨 위험
8월초에 있었던 글로벌 금융시장의 요동은 미국 7월 ISM제조업지수의 폭락과 부진한 고용보고서에 의해 촉발되었다. 그리고 충격이 배가되었던 것은 BOJ의 금리인상과 함께 촉발된 엔 캐리 트레이드 언와인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초대형 폭풍은 일단 지나간 듯하다. 8월 7일 BOJ가 수습에 나서면서 엔화가 약세를 이어갔고,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하게 추가 청산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월가에선 당분간 시장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9월 6일 8월 고용보고서 발표되고 연준이 9월 18일 FOMC에서 본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전까지는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질 것이고, 엔 캐리 트레이드 추가 청산도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였던 일본에서 엔화를 빌린 후, 이 돈을 미국처럼 금리가 높은 국가 자산(채권, 주식 등)에 투자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일본이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미국이 Fed금리를 5.5%까지 올리는 동안 장기간의 강달러가 지속되고 미국으로 돈이 몰린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제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고 연준도 금리를 인하하려고 하자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려고 하는 것입니다. 즉 달러 약세와 함께 미국으로 부터 돈이 일본 등으로 빠져 나가려는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언와인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
연준은 난처한 위치에 서 있다. 만약 연준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한다면, 미국과 일본 사이의 금리차는 더 급격하게 좁혀질 것이고, 엔 캐리 트레이드는 더 빠른 속도로 청산될 것이며, 금융 시스템에는 더 큰 충격이 가해지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거나 심지어 금리를 인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BOJ가 금리인상을 자제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 당국이 엔화의 절상 기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그들이 정치적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여전히 바로 그것(엔화 가치 회복)이기 때문이다.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가능성
글로벌 금융시장의 요동을 증폭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의 언와인드는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런던 UBS의 일본 매크로 전략가 제임스 말콤은 6일 보고서에서 "캐리 트레이드가 50% 정도만 풀린 것 같다"고 진단했다. 말콤은 달러-엔 캐리 트레이드가 정점에 달했을 때 그 규모가 최소 5,000억 달러에 달했다고 추정하면서, 지난 2~3주 동안에 약 2000억 달러의 캐리 트레이드가 풀렸다고 계산했다.
그는 "캐리 트레이드가 얼마나 풀릴 수 있을지는 금리 차의 수준에 그렇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금리 차의 변화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움직임과 1998년의 캐리 트레이드 언와인드 사례를 비교해 보면 앞으로 더 많은 청산이 있을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코샤뱅크의 숀 오스본 역시 비슷한 진단을 했다. 캐리 트레이드의 두 가지 지표인 블룸버그 G10 캐리 지수와 블룸버그 GSAM FX 캐리 지수가 최근 약 5% 하락했는데, 이는 과거 세 차례의 대규모 청산 때 잃었던 손실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오스본은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 몇 주 동안 캐리 포지션 조정이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앞으로 더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주간 보고서에서 파악된 헤지 펀드 등의 투기적 엔 매도 포지션은 지난주 화요일까지 약 50%만 줄었다고 오스본은 지적했다. CFTC의 보고서는 "외환 포지셔닝을 보여주는 작은 창일 뿐이지만,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제한된 캐리 트레이드 지수의 조정과 함께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캐리 트레이드가 풀릴 여지가 더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더 커지고 엔화가 더 강세를 보일 것임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시장 요동을 증폭시킨 주범으로 꼽히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아 있는지, 그 포지션이 어느 통화 어떤 자산에 투자되었는지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 CFTC의 투기적 엔 쇼트 포지션이 일종의 프록시(proxy)로 쓰이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어서 과신은 금물이다.
최근의 시장 상황은 지난 2007년 여름의 엔 캐리 '대청산(the great unwind)'과 상당히 닮아 있다.
① 먼저 청산 직전까지 쌓인 투기적 엔 쇼트 포지션의 규모가 거의 동일했다.
지난 2007년 6월 들어 19만4000계약에서 정점을 찍었던 '비상업적 엔 순쇼트 포지션(non-commercial yen net short)'은 두 달 사이에 제로(0)가 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BNP파리바가 펀드 환매를 중단하는 사건이 그 사이에 발생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엔은 엔 쇼트 포지션과 함께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이번 사이클에서 투기적 엔 쇼트 포지션은 한 달 전 약 19만계약에서 고점을 형성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7.30일 기준 현재 이 포지션은 약 8만계약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후 엔 캐리 언와인드가 더욱 급격하게 전개된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더 크게 줄었을 수 있다.
[CFTC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엔화 순 포지션]
② 2007년 당시와 유사한 점으로는 미국 경제의 확장 사이클이 막바지(late cycle)라는 사실을 또한 들 수 있다. 2007년의 경우 미국 실업률이 5월에 사이클 바닥(4.4%)을 찍은 뒤 반등해 올라갔다. 엔 캐리가 폭력적 언와인드를 개시했던 7월에는 실업률이 4.7%를 기록했는데, 두 달 전에 비해 0.3%p나 높아진 수준이었다.
미국 경제의 late cycle과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은 무관하지 않다. 영원히 성장만 할 것 같던("no landing") 미국 경제가 결국 리세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하자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엔 캐리 포지션에 심각한 압박을 가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07년 당시 미 국채 2~10년물 수익률은 6월 초순 들어 역전을 완전히 해소하며 본격적인 bull steepening을 전개했다. 당시 캐리 트레이드의 폭발적인 청산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본격화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둘이 상호작용하며 문제를 증폭했을 것이란 점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본질적인 트리거는 미국 경기 사이클의 두드러진 노후화였다. 고금리로 인해 차입 소비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급등하는 유가는 소비자들의 예산을 더욱 수축시켰다. 그 과정에서 심화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경기 사이클의 노후화를 부추겼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규모는 일본이 급격한 금리인상과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하(빅 컷)가 동시에 나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이단.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급격하게 커진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하게 이동하는 현상은 미국이나 일본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미국만 보더라도 서비스업 등은 아직도 건제하고 대부분의 크레딧 시장도 견조하기 때문에 빅컷을 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급격한 자금흐름을 완만하게 만들고 달러가 연착륙 할 수 있도록 금리정책을 완만하게 진행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