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빅컷, 경기침체인가 아니면 과잉 유동성 우려인가?
미 9월 FOMC회의 결과 요약
FOMC가 18일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4.75~5.0%로 50bp 인하했다. 경제 펀더멘털이 소폭의 금리인하를 시사했다면 유동성의 힘은 빅컷을 기대한 것이 사실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유동성의 힘을 앞세운 시장의 힘에 굴복한 양상이 되어 버렸다. 연준 인사 중에서도 미셸 바우먼 연준 이사는 25bp 인하를 주장하며 이번 결정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FOMC 결정이 만장일치를 이뤄내지 못한 것은 2년 만이다. (2022년 6월 이후 처음) 또한 연준 이사가 FOMC 결정에 반대한 것은 지난 2005년 9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FOMC는 성명서에서 고용 증가세가 "느려졌다"고 평가를 하향했다. 그러면서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데 미치는 리스크들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을 변경했다.
점도표 및 경제전망(SEP)
FOMC 위원들은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추가적으로 50bp 더 내릴 것이란 컨센서스를 점도표를 통해 제시했다. 오는 11월과 12월 회의에서 각각 25bp씩 금리를 인하하는 구도다. 내년에는 금리를 3.25~3.5%로 총 100bp 더 인하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지난 6월 점도표에 비해서는 75bp 낮은 수준으로, 누적 200bp의 금리인하에 해당한다. FOMC 위원들은 터미널 레이트를 2.75~3.0%로 제시했다. 2026년에 50bp 추가 인하하는 것으로 인하 사이클을 종료한다는 구도다. 총 금리인하 폭은 지난 6월 점도표에 비해 25bp 낮춰진 것으로, FOMC 위원들이 판단하는 중립금리 수준과 일치한다. 중립금리 추정치는 종전의 2.75%에서 2.75~3.0%로 미세하게 추가 상향됐다. 2026년에 들어간 뒤에도 제약적인 금리 수준은 한동안 유지한다는 기존 구상은 그대로 유지된 셈이다.
FOMC 위원들은 올해 말 실업률이 4.4%까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에 비해 0.2%p 높은 수준이며, 지난 6월 전망에 비해 0.4%p 상향된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실업률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 내지는 의지를 수정 경제전망에 반영했다. 다만 실업률은 2026년 말에도 4.3%로 비교적 고조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FOMC 위원들은 내다봤다. 그 때까지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약간 미달하는 상태를 지속하도록 다소 제약적인 정책을 이끌 것이란 방침이다. 다만 2027년 말에는 FOMC 위원들이 추정하는 완전고용 상태의 실업률 4.2%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전망이 악화한 대신 인플레이션 전망은 개선됐다. FOMC 위원들은 올해 말 Core PCE 인플레이션이 2.6%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3개월 전에 비해 0.2%p 낮춰졌다. 내년 말 Core 인플레이션 전망은 2.3%에서 2.2%로 하향했다. 오는 2026년 말에 가서야 목표치 2.0%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은 유지됐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올해말 예상치만 2.1%에서 2.0%로 소폭 하향 수정됐다.
이날 50bp 결정에 미셸 바우먼 연준 이사는 "25bp 인하"를 주장하며 명시적인 반대표를 행사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준 기록에 따르면, 연준 이사가 FOMC 결정에 반대한 것은 지난 2005년 9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9년 전 당시에는 마크 올슨 이사가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25bp 인상에 반대한 비둘기적 소수의견이었다. 매파적 의견으로써 연준 이사가 FOMC 결정을 반대한 사례는 지난 1994년 12월의 존 라웨어 이후 약 30년 동안 전무했다. 새롭게 제시된 점도표에 따르면, 바우먼 이사와 동일한 의견을 가진 위원이 한 명 더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금리를 총 50bp만 내리는 구상을 제시한 위원이 두 명이었는데, 이들이 보기에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금리는 계속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FOMC 컨센서스는 연말까지 50bp 더 내리는 쪽이다. 그러나 공감대가 그리 두텁지는 않다. 25bp만 더 인하하는 구상을 가진 위원 수도 7명에 달한다. 점도표에서 제시한 2025년 말까지 네 번의 추가 인하, 즉 내년 말까지 3.375%까지 낮추겠다는 전망도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파월 의장은 업데이트 된 점도표를 상기하면서 금리인하 프로세스는 "시간을 두고" 전개될 것이라며 "위원회가 급하게 서두르는(in a rush) 걸 시사하는 것은 경제전망에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누구도 이것을 보고 새로운 (금리인하) 속도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나는 보지 않는다"고 촉구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빅스텝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급히 내달리는(rush)" 페이스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중립금리까지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정책 제약을 풀겠다는 입장을 각별히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빅스텝(50bp) 금리인하 결정은 7월에 내리지 못했던 것을 사후 반영하는 성격을 내포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이번에 왜 50bp 인하를 결정했는지, 그리고 빅스텝은 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야 하는지' 다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FOMC 위원들의 경제전망과 점도표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파이팅'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책금리는 내년 말에도 중립보다 50bp 높은 제약적 수준을 유지하다가 오는 2026년 말에 가서야 경제를 더 이상 제약하지도 부양하지도 않는 레벨로 되돌린다는 구상이다. 이는 경제전망과 외견상 모순된 구도였다. 제약적 통화정책이 앞으로 2년 동안 지속되는데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올해 말 4.4%로 0.2%p 더 오르는 수준에서 악화를 멈춘다는 게 FOMC 위원들의 기본전망이었다.
이러한 놀라운 일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 지에 대해 파월 의장은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경제가 계속 탄탄하게 성장하면서 노동시장을 지원할 것이라고만 답했는데, 이는 '제약적 금리 레벨'과 역시 모순되는 전망이었다. 그래서 파월 의장은 '하방 리스크'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써 그 모순된 논리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는 "노동시장 환경이 여전히 완전고용 상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에 아주 근접한 레벨"이라면서도 "확실히 고용창출은 지난 몇 달 동안 낮아져왔다.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이 대목에서 세 차례나 반복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성명서와 파월의 기자회견에서 경기침체 우려를 어느 정도 피력하였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과잉 유동성의 급격한 유입을 제한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즉 금리차로 인해 강달러 환경이 오랬동안 지속되었고 이 부분이 전세계 달러 유동성을 미국으로 집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ICI기준 통계로 볼 때 과잉 유동성의 상징인 미국 MMF규모는 6323십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회의 이후 다소 줄어 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4월 이후 MMF와 미국채 10년 금리는 상당히 큰 마이너스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MMF규모가 줄어들면 시장 금리가 다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실물경제지표 들이 당분가 시장금리의 상승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겠지만, 금리인하 이전 시장이 너무 오버슈팅한 경향도 있기에 금리인하 이후에는 시장의 정상화 가능성과 함께 MMF가 줄어들며 금리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 유의해야 할 시기로 보인다.